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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 드라마 주연 나시찬 – 시대가 기억하는 전쟁과 사람 이야기

1975년, 한국전쟁 25주년을 기념해 방영된 KBS 드라마 《전우》는 단순한 전쟁극을 넘어, 한 세대의 감정과 역사적 공감대를 담은 국민 드라마였습니다. 

특히 김 소위 역의 나시찬 배우는 정의롭고 따뜻한 리더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전우애와 희생, 애국심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중장년층에게 강렬한 향수로 남아 있는 이 작품은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명작입니다.



1. 드라마 전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이 종료되며 공산권 확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시기, KBS는 국가적 분위기를 반영해 《전우》라는 전쟁 드라마를 긴급 기획합니다. 1975년 6월 28일부터 방영된 이 드라마는 한국전쟁 발발 2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와 함께 반공 안보 의식을 높이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드라마 <Combat!>을 모티프로 하여 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전장과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야외촬영과 폭파 장면, 군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리얼리즘이 강점이었습니다. 고된 촬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배우들은 현실적인 전장을 재현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그 노력은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2. 나시찬, 김 소위로 시대의 상징이 되다

드라마의 상징적 인물인 ‘김 소위’를 맡은 배우 나시찬은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었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와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충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중퇴하고 상경한 그는, 합기도 사범을 거쳐 KBS 8기 탤런트로 데뷔해 국립극단에서 연기를 수련했습니다. 

김 소위는 단순히 명령만 내리는 장교가 아니라, 부하의 희생에 눈물 흘리고, 민간인 피해 앞에서 고민하는 인간적인 군인으로 묘사됐습니다. 특히 어린 시청자들에게 그는 ‘전우 소대장’으로 통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각인됐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촬영 중 건강 악화로 하차했고, 이후 폐렴과 뇌막염 투병 끝에 1981년 41세의 나이로 별세하면서 국민적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3. 함께한 배우들, 드라마의 뿌리를 만들다

《전우》는 KBS 전속 탤런트들이 총출동한 작품이었습니다. 김민, 강민호, 장항선, 이효춘, 주현, 허영 등은 매 회차마다 다양한 역할로 출연했고, 같은 배우가 때로는 국군, 때로는 인민군, 또는 민간인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당시 제작 여건을 유연하게 소화했습니다. 작가진으로는 곽학송, 이희우, 김정환 등이 있었고, PD진에는 장형일, 김홍종, 이유황 등 쟁쟁한 이름들이 참여했습니다. 

촬영은 실제 야외에서 이루어졌으며, 카메라, 소품, 출연진 모두를 버스와 트럭에 실어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스턴트 없이 폭파 장면을 직접 소화했고,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열정과 책임감으로 이를 견뎌야 했습니다. 국방부가 지원한 현역 병사들이 엑스트라로 투입되며 사실감을 더했고, 이 덕분에 드라마는 생생한 전투 장면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4. 시청자와 비평가의 반응은 어땠는가

《전우》는 방영 직후부터 시청률 70%를 넘나드는 국민적 반향을 얻었습니다. 주제곡 ‘전우야 잘 자라’는 장례식, 군 행사, 방송 마무리곡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었고, “전우를 두고, 어떻게 밥을 먹습니까”라는 대사는 지금도 회자됩니다. 반공 드라마로 출발했지만, 에피소드마다 가족애, 인간애, 희생, 연대 등의 주제를 균형 있게 담아 단순한 선전물이 아닌, 휴머니즘 드라마로 인정받았습니다. 

해외에서도 미국, 일본, 미주 교포 사회 등에서 비디오테이프 형식으로 전파되었고, 한국인의 전쟁기억과 애국심을 공유하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세트나 고증은 조악하지만,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다”고 평가합니다.

5.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지 않기를

《전우》는 단지 전쟁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라, 전쟁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인간성과 전우애, 그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연 나시찬 배우의 연기는 당시의 감정선을 정면으로 건드렸고, 김 소위는 지금도 기억되는 국민적 영웅입니다. 

시대적 한계와 제작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이 드라마가 보여준 진심과 헌신은 오래도록 기억될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 메시지를 되새겨야 합니다.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우》가 남긴 감동은 오늘날의 평화를 지키는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