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지만,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이미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 그리고 이병헌·손예진·박희순·이성민·염혜란 등 초호화 캐스팅이 더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지업계에서 해고된 한 가장의 절망적인 분투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며, 단순한 웃음을 넘어 ‘생존의 윤리’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 줄거리와 주제의식
영화의 중심에는 제지업계에서 해고된 베테랑 직장인 만수가 있다. 그는 가족 같은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버림받고, 재취업의 길목마다 좌절을 맛본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품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폭력적 상상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몰린 인간의 본능을 상징한다. 영화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과 생존의 무게를 비틀린 웃음 속에 담아낸다.
2. 만수의 삶과 무너짐
만수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집안의 활력을 채워주는 반려견들까지. 게다가 그의 집은 단순한 보금자리를 넘어, 아버지의 실패 후 다시 되찾은 인생의 목표이자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인수와 대규모 감원은 그 모든 꿈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만수는 자신만큼은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이 장면은 “안정이란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날카롭게 일깨운다.
3. 실직자의 초라한 재도전
해고 이후 만수는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 애쓰지만, 25년 만에 마주한 면접장은 그에게 낯설고 잔인하다. 경력보다 시대의 흐름이 우선인 면접에서, 그의 답변은 진지함 대신 ‘아재 개그’처럼 들리고 만다. 결국 불합격 통보는 그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몬다. 영화는 이 장면을 웃음과 안쓰러움 사이에서 그리며, 한 시대를 살아온 노동자의 무력감을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4. 문 제지와 최선출 반장
마지막 기회로 남은 곳은 문 제지다. 그러나 그곳에는 만수와 같은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터줏대감 최선출 반장이 있었다. 그는 만수에게 노골적으로 모욕을 주며, 재취업의 길을 가로막는다. 만수는 아내의 암시로 그를 제거하려는 상상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그는 깨닫는다. 설사 경쟁자가 사라진다 해도 그 자리가 곧장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세상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자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생존 본능과 그 허무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5. 확장되는 취업 전쟁
만수의 이야기는 결국 개인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수많은 실직자들이 같은 상황에서 서로를 겨누며,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핑계가 아닌 무기가 되어간다. 이는 곧 생존 전쟁의 본질을 보여준다. 영화는 취업과 생존을 둘러싼 사회적 경쟁 구조를 과장되면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내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코믹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무거운 사회학적 성찰이 녹아 있다.
6. 은유와 메시지
작품 속 제지업계는 ‘태양과 달’이라는 은유로 표현된다. ‘태양’은 사양 산업의 몰락을,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만수가 속한 세상은 이미 저물어가는 태양 같았고, 그의 선택은 달빛처럼 희미한 희망에 불과했다. 감독은 이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곧장 마음속 깊은 곳에서 씁쓸한 자기반성을 경험하게 된다.
7. 개봉 전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유
개봉 전부터 *『어쩔 수가 없다』*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연출과 사회 풍자의 힘, 그리고 이병헌과 손예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실직자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현대인에게 닥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보편적 공감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시대적 공명력을 가진 영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맺음말: 웃음 속의 질문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단순한 웃음이나 가벼운 풍자가 아니다. 실직과 생존, 가족과 꿈, 그리고 선택의 무게라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관객은 이미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이 질문은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오래 마음을 맴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