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낚싯대를 챙기게 됩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논과 갈대밭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절.
저는 올해도 어김없이 강화도의 명소 상동암천 수로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조용하지만, 가을철엔 붕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진짜 ‘핫 스팟’입니다.
이번 출조에서는 제 인생 손맛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1. 강화도로 향한 새벽길, 기대와 설렘
아침 5시 반, 아직 어둠이 남은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차 안엔 커피향이 은은했고, 내비게이션엔 ‘강화군 불은면 용정리’가 찍혀 있었습니다.
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안개 낀 들판이 그날의 손맛을 예고하는 듯했습니다.
상동암천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낚시인들이 포인트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엔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습니다.
저도 서둘러 자리 잡고 장비를 세팅했습니다.
오늘 사용할 낚싯대는 2.2칸 웨디힐팀 챕 낚싯대, 미끼는 바닐라 골드 떡밥.
수심은 약 50~60cm 정도로 얕지만, 가을철 붕어낚시에 최적의 깊이입니다.
2. 첫 입질의 순간, 손끝에 전해진 짜릿한 감각
찌를 세우고 기다린 지 10분쯤 지났을까,
미세하게 흔들리던 찌가 서서히 올라왔습니다.
“왔다!”
심장이 쿵 하고 뛰었습니다.
챔질했지만 아쉽게 헛챔질.
살짝 긴장감을 풀고, 다시 떡밥을 새로 달았습니다.
두 번째 입질은 더 분명했습니다.
찌가 두 목 정도 천천히 올라올 때, 재빨리 챔질!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릴링하며 올려보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토종 붕어 한 마리가 올라왔습니다.
아침 햇살에 붕어의 비늘이 반짝였고, 그 순간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3. 떡붕어의 반격, 허챔질과의 싸움
잠시 후, 찌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습니다.
이번엔 떡붕어의 차례였습니다.
찌가 빠르게 흔들리며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챔질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헛챔질이 이어졌습니다.
가을 수로의 떡붕어는 빠르고 영리합니다.
한두 번 실패 후, 저는 챔질 타이밍을 한 박자 늦춰 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찌가 살짝 멈추는 순간, 챔질과 동시에 묵직한 손맛이 전해졌습니다.
‘이건 크다.’
수면을 가르며 올라온 건 30cm급 떡붕어, 이른바 ‘중떡이’였습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붕어의 힘찬 저항감에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4. 조류의 변화, 만조에서 간조로
시간이 지나 오전 10시 40분, 수문이 열리며 만조에서 간조로 바뀌었습니다.
물이 빠지면 일반적으로 입질이 약해지지만, 상동암천은 달랐습니다.
유입수가 순환되며 산소가 공급되자 붕어들이 오히려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찌가 한쪽으로 밀리길래 찌맞춤을 다시 조정하고,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그 순간 또 한 번의 찌올림.
챔질 후, 물 위로 솟은 붕어는 32cm급 떡붕어였습니다.
“이야, 오늘은 진짜 대박이다.”
입가에서 저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5. 강화 상동암천의 풍경, 그 자체로 힐링
상동암천은 낚시만 좋은 게 아닙니다.
수로를 따라 이어진 갈대밭,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잔잔한 물결.
이 풍경 속에서 찌 하나만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집니다.
저는 낚시가 단순히 고기를 잡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찌가 서 있고, 물결이 잔잔할 때 그 고요 속에 내 마음이 머뭅니다.
그게 바로 제가 낚시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6. 강화도 상동암천 위치와 접근 정보
상동암천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용정리 부근에 위치합니다.
강화읍에서 차량으로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제방길 주차도 가능합니다.
폭 5m 안팎의 수로 구간이 핵심 포인트로, 가을철 붕어의 회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근처에는 불은면 저수지와 내가지 수로도 있어, 하루 일정으로 여러 포인트를 탐색하기 좋습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 촬영한 위치 기준의 지도입니다.
📍 카카오맵 보기:
강화도 상동암천 위치 보기
7. 낚시를 마치며, 그날의 여운
조행을 마무리할 즈음, 수로 위엔 갈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손끝엔 여전히 떡붕어의 저항감이 남아 있었고,
마음 한켠엔 ‘다음엔 더 큰 놈을 잡자’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낚시는 늘 그렇습니다.
잡은 것보다 잡지 못한 것에서 더 큰 설렘을 느끼는 법이지요.
하지만 이날 만큼은 충분했습니다.
토종 붕어, 중떡이, 그리고 가을의 상동암천이 함께한 시간.
그 손맛의 기억은 오래도록 제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