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보다 따로, 졸혼이 주는 진짜 자유

함께 살아도 외롭다고 느끼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졸혼(卒婚)’은 결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관계를 이어가는 선택입니다.
이혼의 상처 없이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식,
그것이 바로 졸혼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결혼의 의미를 새롭게 묻고 있습니다.




1. 졸혼이란 무엇인가 – 결혼의 새로운 정의

‘졸혼’은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법적 혼인은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관계를 말합니다.
즉, 이혼은 하지 않지만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50~60대 부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된 뒤에는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결혼’보다 ‘따로 있어도 평화로운 관계’를 택하는 부부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동거의 끝이 아니라, 결혼의 새로운 진화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왜 지금, 졸혼이 늘어나고 있을까

졸혼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여러 사회적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평균수명 증가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20~30년 이상 함께 살아야 하다 보니,
생활 습관과 가치관 차이로 갈등이 커졌습니다.

둘째, 여성의 경제적 자립입니다.
과거에는 생계 유지를 위해 참고 살았다면,
이제는 독립된 수입이 생기면서 삶의 선택권이 넓어졌습니다.

셋째, 이혼에 대한 부담감입니다.
법적 절차나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이혼을 망설이는 부부에게
졸혼은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넷째, 개인주의의 확산입니다.
‘함께 행복하기보다, 각자 행복하기’를 중시하는 인식 변화가
졸혼을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3. 졸혼의 다양한 형태

졸혼은 부부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 별거형 졸혼: 각자 다른 공간에서 살며 필요할 때만 교류하는 형태

  • 시간 분리형 졸혼: 일정 기간은 함께, 일정 기간은 따로 보내는 방식

  • 경제 분리형 졸혼: 수입과 지출을 완전히 분리하여 독립된 경제생활을 유지

이처럼 졸혼은 거리두기를 통해 존중을 회복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공간을 주면서 오히려 정서적 유대가 깊어지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4. 졸혼의 장점 – 평화와 자유의 균형

졸혼의 가장 큰 장점은 갈등의 감소입니다.
생활 습관과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서로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기 삶의 회복이 가능합니다.
오랜 세월 ‘배우자’, ‘부모’라는 역할에 묶여 있던 사람들이
비로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혼보다 덜 극단적입니다.
법적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므로
자녀나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부담도 최소화됩니다.

즉, 졸혼은 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음’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졸혼의 단점 – 관계의 위태로움과 사회적 오해

그러나 졸혼이 언제나 평화로운 것은 아닙니다.

첫째, 법적 한계가 있습니다.
재산 분할, 상속, 간병 등의 문제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 거리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정서적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셋째, 사회적 오해입니다.
이혼으로 오해받거나, 자녀가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넷째, 노후의 외로움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고독감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졸혼을 준비할 때는
감정적·경제적 합의를 반드시 문서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한국 사회에서 졸혼의 현실

한국에서는 아직 ‘졸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합의된 별거’로 간주될 뿐입니다.

하지만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떨어지면 그립다”는 복합적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졸혼을 택하는 부부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사회적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결혼을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삶을 택하는 이들의 선택은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7. 결혼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졸혼은 결혼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이기에
이제는 서로의 자유를 인정해 주자는 성숙한 결단입니다.

결혼의 본질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졸혼은 결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동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졸혼은 인생 후반부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모든 부부를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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