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그린 진심 – 션 베이커가 발견한 대만의 따뜻한 기적, <왼손잡이 소녀>


왼손을 쓴다는 이유로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왼손잡이 소녀(Left-Handed Girl)>는 그런 편견 속에서도 자신을 감추지 않고 살아가려는 한 소녀의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션 베이커(Sean Baker)와 쩌우스칭(Shih-Ching Tsou) 감독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니라,
전통과 세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억압의 고리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작은 손끝에서 시작된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순간,
우리는 그 진심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됩니다.




1. 왼손에서 시작된 질문, ‘틀림’이 아닌 ‘다름’의 이야기

영화의 출발점은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쩌우스칭 감독은 어린 시절 왼손을 쓰다가 할아버지에게 “왼손은 마귀의 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기억이 시나리오의 원형이 되었고, 결국 영화 속 주인공 ‘이층’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정당하고,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했던 시간들—
그 억압 속에서도 소녀는 자신이 진짜로 느끼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반항이 아닌,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외침이죠.
영화는 바로 그 ‘다름의 존중’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그려냅니다.



2. 션 베이커와 쩌우스칭, 진심으로 이어진 협업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레드 로켓>으로 전 세계 영화제의 찬사를 받은 션 베이커 감독,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대만 출신 쩌우스칭 감독.
이번 작품은 두 감독의 공동 제작으로 완성되었으며,
특히 션 베이커는 “이 영화는 가족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이야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쩌우스칭은 자신의 문화 속 전통과 여성, 그리고 억압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션 베이커는 그 감정을 시각적으로 더욱 깊이 있게 풀어냈습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와 대만적 정서를 모두 품은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3. 밤시장을 담은 현실의 카메라 – 아이폰 촬영의 진가

<왼손잡이 소녀>의 대부분은 아이폰으로 촬영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현실의 공기를 거짓 없이 담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 대만의 밤시장(야시장)에서 찍은 장면들은 생생한 생활의 냄새와 사람들의 온기를 그대로 전합니다.
거대한 카메라가 아닌,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찍었기에 인물의 감정선은 더 가까워지고,
관객은 마치 그 현장을 직접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낍니다.
션 베이커는 이를 두고 “진짜 영화를 찍는 가장 자유로운 방식”이라 말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한, 그 감각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입니다.


4. 전통과 가족의 틀을 넘어선 치유의 여정

작품 속 가족은 세대별로 서로 다른 규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할아버지는 과거의 전통을 믿고, 어머니는 현실적인 생계를 위해 희생하며,
소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세상과 맞섭니다.
이 충돌의 중심에 ‘왼손’이 있습니다.
왼손은 금기이자, 동시에 해방의 상징입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가족 안에 존재하는 무언의 폭력과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전통은 지켜야 할 유산이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억누른다.”



5. 유머와 눈물, 삶의 온도를 담은 리얼리즘

이 영화는 결코 무겁기만 하지 않습니다.
쩌우스칭 감독은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유머, 아이의 엉뚱한 대사, 그리고 현실의 벽 앞에서 흘리는 눈물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오히려 따뜻해집니다.
이는 션 베이커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죠.
‘가난하지만 유쾌한 사람들’, ‘불완전하지만 빛나는 삶’
그가 늘 다뤄온 주제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관객은 울면서도 미소 짓게 됩니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세상을 만지는 그 아이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6. 왼손으로 쓴 희망, 션 베이커가 전한 진심

영화의 마지막, 소녀는 다시 왼손을 듭니다.
그 순간, 억압의 상징이었던 왼손은 ‘진심’과 ‘자유’의 상징으로 바뀝니다.
션 베이커는 이 작품을 통해 “작은 존재의 용기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감독이 늘 말하듯, 영화는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삶의 기록’입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왼손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 물음 속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왼손이 금지된 세상에서 진심을 선택한 한 소녀의 이야기,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감독 & 출연진 요약

구분 이름 역할 / 설명 주요 작품
감독 쩌우스칭 (Shih-Ching Tsou) 연출, 각본 텐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공동 제작
제작 션 베이커 (Sean Baker) 총괄 제작 레드 로켓, 플로리다 프로젝트
주연 니나 한 (Nina Han) 주인공 ‘이층’ 역 실제 왼손잡이 배우
조연 첸 메이리 (Chen Mei-Li) 어머니 역 Light the Night
조연 린유전 (Lin Yu-Jen) 외할아버지 역 대만 중견 배우
촬영 켈리 류 (Kelly Liu) 아이폰 촬영 모바일 시네마그래피 전문가
음악 린 청위 (Lin Cheng-Yu) OST 작곡 인디 밴드 출신 작곡가


마무리하며

<왼손잡이 소녀>는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왼손처럼 ‘조금 다른 존재’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 모두가 매일 반복하는 인생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당신의 왼손이 아직 주저하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작은 용기를 얻어보시길 바랍니다.
왼손으로 세상을 쓰는 일,
그건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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