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낚시는 늘 선택의 연속이다.
날씨를 보고, 얼음을 보고, 결국은 자기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수십 번 되뇌다 보면
어느새 차 키를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얼음낚시 역시 그런 하루였다.
기온은 올라가고 있었고, 바람 예보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한 곳은 충청권 천안 인근의 한 대형 저수지였다.
작년 이맘때는 얼음 상태가 불안해 거의 접근하지 못했던 곳이지만,
올해는 제방 공사 이후 물이 빠졌다가 다시 차오르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위 변화가 만들어낸 기회
이 저수지는 최근 몇 달간 극심한 수위 변화를 겪었다.
공사로 인해 물이 빠졌고, 이후 다시 수위가 차오르면서
붕어들이 한동안 머물 공간을 잃었다가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이 시기가 바로 얼음붕어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첫얼음 이후 붕어들은 먹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특정 구간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타이밍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며칠만 지나도 조황은 급격히 식어버린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얼음 두께는 대략 6cm 수준이었다.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였지만,
가장자리와 물골 부근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미 몇몇 조사들이 조심스럽게 진입해 있었다.
많은 구멍보다 중요한 것
얼음낚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여러 곳에 구멍을 뚫어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날은 전혀 달랐다.
여러 개의 구멍 중 실제로 붕어 반응이 나온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정 구멍에서는 연속 입질이 들어오고,
조금만 벗어나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이는 붕어가 얼음 아래에서
일정한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 길을 정확히 건드린 사람만이
손맛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하지 않았던 채비,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채비는 지극히 평범했다.
얼음낚시용 짧은 대, 기본 찌 세팅, 과하지 않은 감도.
미끼 역시 지렁이 하나로 충분했다.
다만 지렁이 상태 유지를 위해
핫팩 옆에 보관하며 신경을 썼다.
차가운 물속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입질 유무를 가르기도 한다.
찌올림은 화려하지 않았다.
쭉 치솟기보다는 천천히 올라오다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타이밍만 놓치지 않으면
붕어는 거의 빠짐없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씨알
초반에는 여덟치급 붕어가 주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홉치, 그리고 월척에 가까운 붕어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붕어의 상태였다.
체색이 맑고 비늘에 상처가 거의 없었다.
이는 얼음낚시 초반,
아직 낚시 압박을 많이 받지 않은 붕어의 특징이다.
이런 붕어를 만나는 날은
한겨울에도 손에 꼽을 정도다.
철수 결정을 해야 했던 이유
낚시가 무르익을 무렵,
구멍 가장자리에서 서서히 물이 비치기 시작했다.
얼음 아래 수압이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다.
이 시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욕심이다.
입질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
“조금만 더”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 순간을 넘기면
상황은 급격히 나빠진다.
아쉽지만 장비를 정리했다.
붕어는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안전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낚시가 남긴 교훈
이번 얼음붕어낚시는
마릿수와 씨알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확신이었다.
첫얼음 이후 초반 며칠,
수위 변화 직후의 타이밍,
정확한 구멍 선택,
그리고 과감한 철수 결정.
이 네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
겨울 얼음낚시는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마무리 기록
지금 이 시기,
이런 포인트는 오래 가지 않는다.
기온이 더 오르면 얼음은 빠르게 약해지고
붕어는 다시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이번 낚시는
올겨울을 대표할 만한 하루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안정적인 얼음 위에서,
더 굵은 붕어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